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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의학이 바꿔 놓은 가정과 가족

7월로 들어선 지금은 대부분의 각급 학교가 긴 여름방학 중이다. 거의 100일에 가까운 기간이라 부모들의 고민이 적지 않다. 학과목 보충의 의미에서 자녀를 여름학교에 보내거나, 음악 또는 스포츠 캠프에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사설로 운영되는 이들 캠프는 가격이 비싸고 기간도 1~3주 정도에 불과해 완전한 해결 방법은 되지 못한다.     여름방학을 맞아 다른 주에 사는 손주들이 집에 와 3주를 함께 보냈다. 분주하기는 했지만 한국 음식을 변형해 식사 메뉴를 짜는 등 여러 가지로 즐거웠다. 손주들이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장소에 데려다주는 것, 함께 쇼핑하는 것 등도 즐거움이었다.         어느 날은 작은 손주가 친구 집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고 해서 그 집에 데려다주게 되었다. 그런데 딸이 말할 것이 있다고 했다. “엄마, 알아 두셔야 할 것이 있어서 말씀드려요. 셋째의 친구 부모는 동성애자인데, 세 아이 모두 아빠는 같다고 해요.”   딸은 내가 성 소수자에 대한 선입관을 갖고, 혹시라도 손주 친구의 부모를 무례하게 대하지나 않을까 걱정한 것 같았다. 딸은 손주 친구의 부모는 생물학적으로 두 명의 여성이고, 이들은 ‘자궁 밖 수정(IVF)’ 방법으로 아이 세 명을 낳아 가정을 이루고 있다고 알려줬다.     동성애가 사회적으로 공식화하고, 자궁 밖 수정, 정자 기증 등을 통해 출산이 가능해진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더는 놀랄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런데 손주의 친구가 동성애 부모와 살고 있고, 부모 중 엄마라 불리는 여성이 생물학적 친모이고, 이 엄마가 낳은 두 형제도 생물학적으로 같은 엄마와 아빠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 일을 계기로 가족과 가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가족이라는 말의 어원(語原)은 일본에서 왔다고 한다. 가(家)는 친족 집단을 이르는 말이고, 족(族)은 나부낄 언(?)과 화살 시(矢)가 합쳐진 회의자로 사람이 ‘모이다’에서 온 것이다. 한국의 민법은 가족이란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가정(家庭)은 생활을 함께하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더 많다.     손주의 친구가 태어나고, 사는 환경은 현대 의학을 이용해서 이룬 가족관계다. 손주 친구처럼 특수한 가족 구성원 관계에서 태어나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왜 그러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손주 친구의 부모는 동성 가족으로 ‘자궁 밖 수정’ 방법을 택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경우이다.     다른 예를 들어 보자. 임신 가능한 연령대의 여성이나 남성이 항암 치료를 받을 경우 생식기관의 어린 세포들도 죽거나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우려도 있다. 이로 인해 앞날을 위해서 미리 정자나 난자를 얼려 보관한다. 적절한 때가 되면 자궁 밖에서 수정해서 자궁에 안착시켜 태아를 기르면 된다. 이때 자궁의 주인은 본인이거나, 대리인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 수정된 배아를 기증하가도 한다.     미국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미국 내 신생아는 367만여 명이다. 미국 전체 인구가 약 3억3000만 명이므로 출생률은 1000명에 11명 꼴이다. 이 중에 2.3%(약 8만6000명)가 인공수정으로 태어났다고 한다.     대략 한 달에 한 번 있는 여성의 배란 시기에 맞추어 최첨단 의료 기술을 이용하여 인공수정을 해야 하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흔하다. 한 리포트에 의하면 450여 개의 클리닉에서 1년에 약 41만 번의 사이클을 시도했고, 이 중 25% 가 성공적으로 임신했다고 한다.     미국에는 약 70만5000쌍의 동성 부부가 있고 이 중 약 16%인 11만4000 커플은 자녀가 있다. 자녀를 둔 동성 커플의 68%가 생물학적 부모로 남성 부부, 여성 부부의 분포는 비슷하다.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 성전환자) 부모 슬하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정신적, 정서적, 문화적 상태는 다른 아이들과 별 차이가 없다고 보고된 바 있다. 오히려 이 아이들은 홀대받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많고 이들을 차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포용하면서 도움을 주는 태도로 산다고 한다. 하지만 동성의 부모가 이혼하게 되는 경우, 통상적 부부의 그것과 다를 바 없이 양육권 이슈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손주에게 친구의 특이한 환경에 관해 묻지 않았다. 그 애는 의학이 변경시켜 놓은 가족의 정의라던가 가정의 영역에 관한 분석 과정을 거치지 않는 환경에서 태어난 나잇대에 속하기 때문이다.   류 모니카, M.D. /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의학 가족 손주가 친구 친구 부모 손주 친구

20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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